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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a taste measured with care
헤아림(料)으로 다스린(理) 맛


김상범 | 요리사
dec. 2025

[1부 요리사라는 직업]

수수예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상범 
안녕하세요 저는 99년생, 만 26살이고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AOC라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는 김상범입니다. 반갑습니다.

수수예
왜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오게 되었는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상범
한국에서 가게를 차리려고 준비도 했는데, 주변에 음식을 먹여보면서 저의 한계를 느꼈어요. “아, 지금 수준에서 크게 못 벗어나겠구나.” 그래서 다시 나가서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중에 친구가 덴마크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고, 바로 noma가 떠올랐어요. 요리사라면 한 번쯤 꿈꾸는 곳이니까요. 자연 그대로의 맛을 추구하는 노르딕 퀴진, 그리고 그들의 발효 문화가 한국의 저장·발효랑 어떻게 다를지 너무 궁금했어요. 기술적으로도 배울 게 많을 것 같았고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덴마크를 선택했고, 와보니 역시 새롭게 배울 게 정말 많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수수예
처음 요리는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어떤 식당에서 일했는지 궁금해요.

상범
저는 17살에 요리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요리를 시작했어요. 호텔에서 설거지하면서 기본기 배우고, 그러다 양식에 재미가 붙어서 전공도 양식으로 했죠. 첫 취업은 한식으로 했다가 금방 다시 양식으로 돌아와서, 거의 7년을 이탈리안 비스트로에서 일했어요. 사실 저는 장사를 빨리 하고 싶었어서 비스트로 스타일이 더 잘 맞았고요.



[2부 요리라는 창의적 행위: 테크닉과 원리]

수수예

현재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계신데, 어떻게 이런 변화들이 생기게 되었나요?

상범
덴마크에서 파인다이닝을 택한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재료 손질 하나하나부터 다시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파인다이닝은 그런 디테일을 정말 집요하게 보잖아요. 예를 들면 일반 레스토랑에선 특정 채소를 30초 데치면 되는데, 파인다이닝은 정확한 온도에서 27초-그런 디테일을 다시 몸에 새기고 싶어서 파인다이닝으로 가게 된 것 같아요.

수수예

그런 디테일이 결국 사람들이 느끼는 '한 끗 차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일하시는 레스토랑 외에, 개인적으로 메뉴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의 프로세스가 궁금합니다.

상범
이건 셰프마다 다른데, 저는 경험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직접 먹어본 맛이 없으면 머릿속으로 맛을 조합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기본은 제가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 재료 경험에서 시작하고, 거기에 제 기술 안에서 변주를 주는 편이에요.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 때도 있지만, 결국 요리는 오래된 문화라서 응용과 발전의 느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하나 꽂히면 진짜 하루 종일 그것만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침대에 누워서도 “이건 굽는 게 나을까? 조리법을 바꾸면 어떤 맛이 날까? 플레이팅은 뭐가 맞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해요. 오래 하다 보니 그냥 습관처럼 됐어요. 또 요즘 셰프들이 뭘 하는지, 어떤 트렌드가 있는지도 많이 찾아봐요. 아티클이나 사진 보면서 ‘이건 뭐랑 어울릴까?’ 하고 상상하고요. 그렇게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그림이 잡히면 실제로 만들어보고, 그다음에는 계속 고치고 다듬으면서 완성해가는 식이에요.

수수예

요리 안에서,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고 싶으세요?

상범
요리는 정말 범위가 넓잖아요. 나라마다 테크닉도 다 다르고요. 그래서 제가 몇 년을 요리했다고 해도, 제가 가진 기술은 사실 전체 중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고 싶은 것도 아직 너무 많고요. 

요즘 일하면서 특히 느끼는 건, 조금 더 과학적인 테크닉을 배우고 싶다는 거예요. 특정 pH에서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 왜 굽거나 끓였을 때 특정 맛과 식감이 나오는지, 그 원리와 이유를 알고 싶어요. 사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런 원리를 정확히 설명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냥 몸으로 익힌 기술들이라서요. 근데 생각해보면, 결과물이 그렇게 나오는 데는 분명 과학적인 이유가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그 기술 자체뿐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3부 요리를 통해서]

수수예

파인다이닝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쉬는 저녁 시간에 상범님은 오히려 일하시잖아요.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상황에서, 그런 환경 속에서의 휴식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상범
여름엔 날씨가 좋으니까 그냥 밖에 나가 멍하니 쉬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 시간이 저랑 잘 맞더라고요. 한국에 있을 땐 배달이 워낙 잘 돼 있으니까 쉬는 날이면 집에서 편하게 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덴마크에 와서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집에서 같이 요리해 먹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재밌고, 제게는 진짜 큰 휴식이에요. 사람들은 일하면서 요리하는데 집에서도 또 하면 안 힘드냐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일할 때는 긴장하고 완벽하게 해야 하지만, 집에서 하는 요리는 그냥 느긋하게, 맛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은 즐거운 시간이거든요. 같이 모여서 이것저것 만들고, 둘러앉아 먹으면서 맛있다 얘기하는 그 순간이 저는 진짜 행복해요.

수수예

요리를 계속하게 된 계기나,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시 돌아오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상범
요리를 처음 시작한 건, 중학생 때 친척 형이 요리하는 걸 보면서였어요. 사실 요리가 좋아서라기보단, 그냥 형이 좋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던 거죠. 그러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중3 때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요리고등학교를 목표로 삼았어요. 그런데 입학 조건이 전교 20등을 두 번 해야 하는 거였고, 저는 그때 200등이었거든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는데, 너무 간절해서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그러다 정말 믿기 어렵게도 입학 규정이 바뀌고, 남은 시험 두 번에서 정확히 20등을 해서 입학을 하게 됐어요.

고등학교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재미도 느끼고 승부욕도 생겼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선 막내로 욕도 많이 먹고, 몸도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많았어요. 그러던 시절,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는데 비행기값조차 없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한 형이 “대회 나가볼래?”라고 해서 준비도 제대로 못한 상태로 나갔어요. 예상치 못하게 본선에 진출하게 되면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이런 기도가 나왔어요. “주님이 이 길을 열어주신 거라면, 제가 계속 요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대상을 받았고 상금이 비행기값으로 딱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실제로 힘들 때마다 그 기도를 떠올리면서 다시 요리를 하는 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지금 덴마크에 와서는 처음 요리를 배웠을 때처럼 설렘과 재미를 다시 느끼고 있어요. 정말 주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저를 이 자리로 이끌어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요.


수수예
지금까지 선택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신앙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느끼시나요?

상범
돌아보면,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주님이 제 발걸음을 조금씩 옮겨주셨던 것 같아요. 물론 제 꿈과 목표도 분명히 있지만, 주님이 저를 어떤 셰프, 어떤 ‘음식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가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돼요. 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사람이란 항상 불안하잖아요. 제가 간절히 기도했던 일이 그대로 이루어진 적도 있지만, 정말 원했는데 안 된 경우도 많았어요. 그땐 솔직히 원망도 했죠. “왜 이걸 안 열어주시는 거지?” 하고요. 근데 1년, 3년 지나 돌아보면, 결국 그 결과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고, 그제야 주님의 뜻이 뭔지 알게 돼요.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기도해요. “주님,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만약 이게 제 길이 아니라면… 그걸 겪었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내 것이 아닌 걸 억지로 붙잡으면 결국 저만 불안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믿어요. 힘들어도 결국 더 큰 걸 주실 거라는 걸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내려놓아야 할 순간을 알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면서요.



수수예

덴마크에서 7개월 동안 일하셨는데, 앞으로 커리어와 삶에서 바라고 그리는 모습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상범
저는 앞으로 덴마크에서 과학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레스토랑에서 더 깊이 배우고 싶어요. 단순히 “굽는다, 끓인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조리하면 그 맛과 식감이 나오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셰프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그런 환경에서 경험을 쌓는 게 제게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장기적으로는 한국에서 제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목표예요. 하지만 그건 제 인생의 첫 단계일 뿐이고, 그 다음 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에요. 제가 미슐랭, 비스트로, 파인 다이닝 등 다양한 현장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한 테크닉만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지”까지 알려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이유를 이해하면 더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셰프들이 많아지면 결국 한국의 음식 문화 전체가 더 성장할 거라고 믿거든요.

수수예

마지막으로, 상범에게 요리란?

상범
덴마크에서 사람들의 식사를 보면서, 음식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선물인지 다시 느꼈어요. 우리가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음식은 삶과 연결돼 있고, 한 끼로 사람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저는 그게 정말 큰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 일을 하다 보면 긴 노동시간이나 낮은 급여 때문에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요리를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해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이 길을 기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수수예로부터]
[수수예로부터]는 인터뷰 이후 수수예가 인터뷰이에게 레퍼런스를 통해 보내는 편지입니다.

𓇼 요리: 料(헤아릴 요), 理(다스릴 리)
𓇼 원리: 原(언덕 원), 理(다슬릴 리)

상범 이야기에서 특히 좋았던 건, 계속해서 ‘디테일’과 ‘응용’에 대해 말한다는 점이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음식은 시나몬 향처럼 아주 직관적인 감각이지만, 파인다이닝의 세계는 몇 초, 몇 도 같은 정교한 기준과 과학적 원리가 바탕이 되잖아요. 이 두 층위가 함께 존재한다는 게 참 흥미로웠어요. 생각해보면 이런 구조는 요리뿐 아니라 건축이나 디자인 같은 다른 창작 분야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깊이 파고들면 끝이 없지만, 우리는 그 일부만 경험할 수 있죠. 그럼에도 그 원리를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가 창작자에게 중요한 태도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상범이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앞으로 가고 싶은 길도 결국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더 정확히 이해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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