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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03

수수예 콜렉티브는 지속적으로 만들고 기록하는 일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연결의 지점들은 새로운 에너지로 확장되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저널 페이지에서는 매달 이어지는 생각과 작업, 대화의 흔적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기록합니다. 완성보다는 과정에, 결론보다는 흐름에 집중하며 — 창작이 어떻게 계속 이어지고 닿을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essay 03
dec. 2025



온갖 일에 익숙한 기술자들여 To Skilled Workers
코펜하겐 수수지기



“예술이 밥 먹여주냐”라는 말에 담긴 의미처럼, 내게는 창의적인 일은 돈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여전히 그 의심이 거둬지지는 않았다. 
누군가의 창의적인 작업이 가져다주는 풍성한 즐거움을 알기에 늘 동경과 열정은 있었지만, 그 작업을 완성하기까지의 시간은 왠지 모르게 빈약한 이미지로 남겨져 있었다. 
경제적인 영역뿐 아니라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나 생각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에 끊임없는 영감이 샘솟으며, 그 일을 통해 진정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솔로몬이라는 왕에게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백향목으로 만든 건물과 금으로 만든 작품들이 즐비한 성전을 만들었다. 
이 일은 그의 아버지인 다윗 왕 때부터 준비하던 일이었다. 
다윗은 자신의 임기 동안 성전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전을 위한 자원을 마련한다. 
그것도 아주 풍성하게.



먼저 성전을 만드는 일에 꼭 필요한 기술자들이 아주 많았다. 
석재를 캐는 채석공, 그것을 가공하는 석수, 목재를 다루는 목수들을 비롯한 “온갖 일을 잘하는 기술자”들이 있었다.[1] 
많다 못해 셀 수 없이. 

심지어는 건물뿐 아니라 성전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식과 기구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까지도 풍성히 기부받았다. 
백성은 “한결같이 기쁜 마음으로” 자원하여, 금과 은과 놋과 철과 나무와 보석들을 후원한다.[2]

하이라이트는 여기에 있다. 
성전의 공간을 비롯한 모든 물건 제작에 필요한 설계도를 누군가 알려줬다. 
성전의 뜰, 성전 안의 모든 방과 창고의 구조까지도 “친히 손으로 써서” 알려줬다고 한다.[3]

이후에 아들인 솔로몬 또한 성전에 필요한 여러 물건들을 수공예로 제작하기 위해서, 금속/ 석재/ 나무와 같은 재료뿐 아니라 실과 천을 다룰 줄 아는 공예가들을 고용한다. 
그렇게 섭외한 외부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순금으로 만든 꽃 장식, 숟가락, 잔, 접시 등을 만든다.[4]



창의적인  일이 이렇게나 풍성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질투 나게 부러운 프로젝트이다. 
이토록 넉넉하게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프로젝트의 시작을 담당했던 다윗은 이 모든 일은 “돌려 드린 것뿐”이라고 이야기한다.[5] 
창작에 필요한 모든 자원들–사람, 재정, 재료–은 이미 받은 것이며, 성전을 만드는 일은 사실 그것을 준 존재에게 돌려주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 창작 집단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하게 준 존재는 창조주였다.

창조주는 흑암에서 빛을, 혼돈에서 질서를 만든 존재이다. 
그의 창조는 내가 창작에 대해 가졌던 편견처럼, 빈궁한 처지에서 시작된 일일까? 
그가 진정 신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창작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만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득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인정한 다윗과 솔로몬은 그 창조주로부터 푸짐한 선물을 받았음을 인지했고, 그것을 돌려주는 의미를 갖는 행위로서 ‘만들었다.’



이 일화를 통해 어쩌면 이미 나에게도 ‘만드는 일’을 하기에 충분히 주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감각으로 창작을 대해왔다. 
찔끔찔끔 튀어나오는 영감의 빈곤함 속에서, 혹은 두려움이라 부를 수 있는 것 안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창조주는 내게, 마르지 않는 샘으로부터 끝없이 폭포수를 흘려보내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것을 돌려줄 차례이다. 
우리 함께 일을 시작합시다. 온갖 일에 익숙한 기술자들이여!




15 또 장인이 네게 많이 있나니 곧 석수와 목수와 온갖 일에 익숙한 모든 사람이니라
16 금과 은과 놋과 철이 무수하니 너는 일어나 일하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실지로다 하니라


[역대상22:15-16]



[1] [대상22:15-16, 쉬운성경]

[2] [대상29:9, 쉬운성경]

[3] [대상28:19, 쉬운성경]

[4] [대하2:14, 쉬운성경]

[5] [대상29:14, 쉬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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